-
모유에서 환경호르몬이?건강톡 2022. 8. 8. 20:48반응형
2008~2014년 사이에 한국 청소년들의 인구 10만 명당 성조숙증 발생률이 남자는 9배, 여자는 4배 증가했다. 현재 여자아이 10명 중 1명이 성조숙증이고, 남자아이들의 선천성이상인 요도하열과 잠복고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성 발달 관련 문제의 급격한 증가는 성장을 촉진하는 음식의 과잉섭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여성호르몬 작용이 강화되고, 남성호르몬 작용은 억제되는 것과 관련되어 있어서 환경호르몬의 작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내분비교란물질'이라 불리는 환경호르몬은 인체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환경호르몬이 체내에 유입되면 정상적인 호르몬반응을 교란시켜 다양한 신체증상 및 질병을 유발한다. 그런데 대다수 산모들의 모유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 이는 산모가 지속적으로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어왔고 이 환경호르몬이 모유를 통해 배출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완전식품인 모유를 통해 환경호르몬이 대물림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출산 1개월 차 한국 산모들의 모유를 분석한 결과, 모든 모유에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의 대사산물이 검출되었다. 프탈레이트는 PVC 및 페트 용기를 비롯한 다양한 플라스틱과 상업용 랩(가정용 랩 제외), 개인 위생용품, 향수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로 항남성호르몬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분석한 모유의 8%가 항남성호르몬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농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남자아이들의 요도하열이나 잠복고환 같은 선천성이상이 증가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연구결과다.
프라이팬에 음식이 들러붙지 않게 하는 코팅제, 식품 포장지에 기름과 물이 스미지 않게 하는 코팅제, 섬유에 방수 기능을 부여하는 코팅제 등에 사용되는 과불화탄수 또한 한국 산모들의 모유에서 상당 수준 검출된다. 2009~2010년 부산 지역 산모들의 모유 속 PFOAs 농도는 일본, 미국, 스웨덴 등보다 4배가량 높았다. 또한 PFOAs 농도는 경산부보다 초산부의 혈액과 모유에서 20~30%가량 더 높았다. 이는 산모의 체내에 축적되어 있던 PFOAs의 상당량이 태반 및 모유를 통해 자녀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과불화탄소는 임신 중 노출 시 태아의 비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신 중 PFOAs에 노출된 어미 쥐에서 태어난 쥐가 식욕이 억제되지 않아 과도한 비만상태가 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렇게 비만을 초래하는 물질을 오비소겐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의 환경호르몬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요즘 아이들이 갈수록 식욕 억제가 되지 않고 비만해지는 이유가 단순히 의지나 자기통제력 부족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 사용을 금지시키는 등의 강력한 사회적 결단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 폴리염화비페닐, 유기염소계 농약, 브롬화난연제, 비스페놀A 등도 한국 산모의 모유에서 검출된다. 대부분의 연구결과들은 모유의 환경호르몬 농도가 신생아들이 섭취하더라도 이상 증상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현재의 환경호르몬 허용치는 개별 호르몬의 영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다양한 환경호르몬들의 복합 작용이 고려되지 않았다. 산모는 여러 환경호르몬에 노출되고 산모의 환경호르몬은 모유뿐만 아니라 임신 중 태반을 통해 태아의 발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모유의 환경호르몬 농도가 허용치 미만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 모유에서 다양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만 허용치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고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다양한 내분비계 질환, 성조숙증, 각종 선천성이상, 생식 가능 연령대 남녀의 수태 능력 저하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반응형'건강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쓰림, 식도역류 증상 생활습관에 원인 있어 (0) 2022.08.12 여성건강 사각지대 : 자궁경부암 원인/검사/예방 (0) 2022.08.10 염증성장질환 :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0) 2022.08.07 비타민C에 대한 오해, (0) 2022.08.06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0) 2022.08.04